[250609] QWER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 컴백 쇼케이스 후기
일주일이 지났지만, 더 잊기 전에 글을 썼다.
나에게 QWER의 세 번째 미니 앨범,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의 발매 소식은 단순한 컴백 그 이상의 의미였다. 소위 '입덕'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들의 새 앨범이었기에, 나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의 정점에는 '컴백 쇼케이스'가 있었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전과 달리 앨범 구매 수에 따라 응모권이 주어지는 100% 추첨제였다. 알라딘, YES24, 애플뮤직이 각 170명, 핫트랙스가 50명을 모집하는 상황. 재정적 여유가 있었다면 여러 곳에서 앨범 여러 세트를 샀었겠지만, 가장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핫트랙스에 앨범 한 세트를 구매하며, 소위 '역배'라 불리는 과감한 선택을 감행했다.
운명의 6월 2일 17시, 당첨자 발표의 시간. 확률통계 수업 도중 확인한 핫트랙스 사이트 공지에는 마스킹된 내 이름과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덕분에 남은 수업 시간 동안 좀처럼 강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쇼케이스 당일인 6월 9일, 앨범 수록곡과 같은 이름의 'D-DAY'가 밝았다. 20시 시작인 공연의 티켓 배부를 위해 17시부터 19시까지 예정된 확률통계 수업의 중도 이탈까지 고심했던 나는, 만약을 대비해 늘 앉던 앞자리를 포기하고 맨 뒷자리를 선점했다. 다행히도 그날이 마지막 수업이었던 덕에 교수님은 17시 58분, 기적처럼 강의를 마쳐주셨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이어폰을 꽂고 18시 정각에 공개된 신곡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학교 앞 신호등, 그 번잡한 거리 한복판에서 타이틀곡 "눈물참기"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마주했다. 뮤직비디오로 인해 길거리에서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벅찬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신촌 원더로크홀로 향하였다. 걸으며 보느라 모든 디테일을 포착할 순 없었지만, 아웃트로에서 QWER의 지난 공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파노라마 영상은 머리가 멍해지는 전율 그 자체였다. 영상 속 스쳐 지나간 곳들 중 세 곳의 무대에 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뮤직비디오 시청 후에는 멜론 앱을 켜고 앨범 전곡을 재생했다.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이미 예견된 명반의 향기는 틀리지 않았다. 모든 곡이 각자의 매력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OVERDRIVE"는 내 취향을 저격하였다. 빠른 EDM 풍의 사운드와, 드럼이 심장을 두드리며 질주하는 이 곡을 들으며, 언젠가 라이브 공연에서 밍대장님께서 후렴 직전 "뛰어!"라고 외치는 락스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20분 남짓 걸어 도착한 신촌 원더로크홀. 티켓 부스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자, 입장 대기 줄은 계단을 따라 무려 6층 높이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역 후 처음 겪는 고강도 하체 운동에 숨이 찼지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OVERDRIVE"는 힘겨움마저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곧이어 시작된 입장 순서 뽑기. 500명의 관객 중 상위 25%에 해당하는 124번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30분의 추가 대기 후, 19시 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되었다. 이미 1층 스탠딩은 네 줄가량 차 있었기에, 나는 4단 구조의 스탠딩 2층 두 번째 줄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어깨가 넓으신 중년 남성 두 분의 어깨너머였지만, 그 틈새로 무대를 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20시 정각, 마침내 무대가 암전되고 쇼케이스의 막이 올랐다. 첫 곡은 "D-DAY". "눈물참기" 뮤직비디오 속 의상을 입은 멤버들이 등장하자 공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축제 분위기의 사운드 위로 "지금 내 곁의 널 위해 난 / 오늘의 끝에서 영원을 노래할게 / 잡은 두 손을 절대로 놓지 말자"라는 가사가 울려 퍼졌다. QWER의 음악 세계에서 '함께'라는 연대의 메시지는 '손을 잡는' 행위로 구체화되곤 하는데, 이 곡 역시 그 계보를 잇고 있었다. 밍대장님의 유도에 따라 팬콘서트에서 구매한 라이트밴드를 흔들며 호응하는 동안, 팔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어색함은 사라지고 오직 무대와의 일체감만이 남았다. 또한, "고민중독"과 "가짜 아이돌"에 이어 후렴구에 삽입된 "Q-W-E-R" 구호는 이제 그들만의 확고한 시그니처 사운드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멤버 소개와 앨범 리뷰, 게임 코너가 유쾌하게 흐른 뒤, 잠시 "눈물참기" 뮤직비디오가 상영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암전.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던 타이틀곡 "눈물참기"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다.
"눈물참기"는 Q, W, E를 거쳐 마침내 R(이시연)이 주인공이 된, QWER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다.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했기에, 뮤직비디오의 서사는 이시연을 중심으로 하되 멤버 모두의 이야기가 녹아든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티저와 음원으로 수십 번을 이미 들었지만, 공연장의 사운드 시스템과 팬들의 함성이 어우러진 라이브는 이어폰 속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정해진 구호가 아님에도 전주와 간주에 맞춰 모두가 주먹을 들고 "어이! 어이!"를 외치는 그 순간의 에너지는, 오프라인 공연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명백히 증명했다. 특히 브릿지 파트에서 기타를 등 뒤로 멘 채 노래에 집중하다가, 후주가 시작되자마자 다시 기타를 앞으로 돌려 매고 박력있는 연주를 선보인 이시연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벅찬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끝인사 시간. 팬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과연 몇 명의 멤버가 눈물을 보일까 하는 것이었다. (알블썸 쇼케이스에서의 3인의 눈물이 강렬했기 때문일까) 이전 쇼케이스와 달리 이번에는 리더 쵸단만이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의 배경을 온전히 알 수는 없었으나, 쇼케이스 이후 알려진, 이후 한 주 동안 예정된 무대에 불참한다는 소식은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추벽 증후군'이라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부상.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안고 쇼케이스 무대에 섰지만, 이 무대를 끝으로 잠시 드럼 스틱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팀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육체적 한계에서 오는 좌절감.
"한계를 뛰어넘어 달린다"는 주제의 수록곡 "OVERDRIVE"처럼, 그녀는 이미 자신의 한계를 넘어 달려오다 잠시 허들에 걸려 넘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그 누구도 “이카로스”처럼 태양을 만지기 전에 추락하는 것을 보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모두는 그녀가 잠시 땅에 내려와 스스로를 돌보기를 바랄 것이다. 무모한 비행이 아닌, 더 멀고 높은 하늘을 향한, 건강한 날갯짓을 준비하는 시간을 기꺼이 함께 기다려줄 것이다. 이카로스의 날개가 오만한 욕망으로 빚어진 밀랍이었다면, 그녀의 날개는 멤버들과의 유대, 그리고 팬들의 염원이라는 결코 녹지 않는 소재로 짜여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의 쉼표는 추락이 아닌, 내일의 더 눈부신 비상의 날개를 위한, 잠시의 웅크림일 뿐이다.
그 아쉬움과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앵콜 무대가 시작되었다. 낯선 인터루드에 이어 흘러나온 것은 놀랍게도 "청춘서약"의 인트로였다. 멤버들이 온전히 작사, 작곡한 첫 자작곡이자 국내 첫 라이브. 그 순간 공연장은 열광적인 함성으로 폭발했다. 나 역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주먹을 들고 소리쳤다.
QWER의 쇼케이스는 단순히 새 앨범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었다. 불협화음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이었고, 눈물을 참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의 표명이었으며, 팬들과 함께 써 내려갈 청춘의 서약이었다. 그날 원더로크홀의 뜨거운 공기는, 아주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