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외활동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 21기, 지원부터 합격까지 [1]

재엽 2023. 4. 10. 22:35

지난 겨울 방학에 참여했던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 21기" 봉사활동 후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은 팀끼리 방학 기간에 농산어촌 초등학교로 가서 5일간 교육 봉사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흥미롭다고 느꼈던 점은 각 팀에서 자유롭게 기획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을 진행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무려 5일간, 즉 15시간의 커리큘럼을 미리 짜서..!!

 

 

저는 이런 교육 봉사 경험을 한 번쯤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교사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끼리 팀을 구성했는데, 아마 다른 팀원들도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모집했던 유사한 교육 봉사 프로그램인 "2022 소프트웨어야 놀자 대학생 멘토"를 함께 광탈한 팀원들..)

 

일단 팀은 어찌 짜였는데, 그 팀 톡방이 만들어진 날짜가 11월 13일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류 마감일은 11월 21일이었습니다.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제와, 5일 치의 커리큘럼과 예산안 등등을 완성해야만 했습니다. 이전 기수에 활동했던 다른 학생분들의 후기 블로그를 많이 봤었는데, 다들 기획안 피피티를 몇 십장씩 쓰고 활동지까지 미리 만든 팀이 많았어서 막막해 보이긴 했습니다. 이미 "2022 소놀"도 마감기한 임박해서 준비하느라(4시간 분량의 수업 계획을 준비해야 했음) 공을 많이 못 들여 떨어진 전적이 있었으니, 그보다 지원서 작성에 대한 로드가 더 큰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을 지원하려면 지원서 작성에 정말 혼을 갈아 넣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 준비

 

우선 교육의 큰 주제를 잡아야 했습니다. 주제는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는데, "AI" 였습니다. 네 명 다 컴퓨터/소프트웨어 쪽의 전공이기도 하고, 트렌디한 주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배우는 AI"를 모토로 하였습니다.

 

이제 5일 간의 교육 커리큘럼을 짜야 했습니다. 노션 페이지를 파서 프로그램으로 생각나는 것을 브레인 스토밍 해보고, 각 일차별로의 소주제(콘셉트)를 잡아 프로그램을 선별했습니다. 다른 팀들도 각 일자별로의 교육 콘셉트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우리도 그렇게 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또한, 대상이 초등학생들이라보니,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놀이를 통해 쉽게 AI를 배워볼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하는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때 진행된 AI 교육 사례에 관련해서 더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봤다면 보다 쉽게, 완성도 있는 교육을 구상할 수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런 교육 사례는 우리랑 달리 교육 전문가가 만든 것이니..) 하지만 그 당시에는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네이버 채색 웹툰 AI 시험용 뉴진스 토끼 그림 (정재엽 화백 작품)

 

거의 매일 만나듯이 계획을 짰었는데, 하루는 팀원 중 한 명이 샤대생이라 서울대에서 모였습니다(11/17). 서울대생 코스프레를 하며 서울대 공학관에서 밤을 새고 PPT 개요를 작성했습니다. 

 

TM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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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지만, 저는 전년도에 못 쓴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을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거의 재미삼아 넣어봤는데(전년도 자소서에서 조금만 바꿔서) 그 날이 서류전형 조기발표날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2호선에서 알고 나서 서울대 입구역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입학처 홈페이지를 들어가 제 수험번호를 입력했지만 맞이해준 것은 "Declined" 였습니다. 물론 정말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전년도에도 봤던 문자이기도 하니.. 아무튼 덕분에 서울대 전정 과방도 잠깐 가보고.. 옥상에서 별도 보고.. 잠깐동안 서울대 공대생인 척은 할 수 있었던.. 

TMI2

 

그리고 제출 당일, 이제야 팀명을 최종으로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AI스초코가 거론된 이유는 일주일 전에 서울대 입구역 할리스커피에서 샤대생 친구의 아이스초코가 제 노트북에 쏟아진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 참에 노트북을 바꿀 수 있겠다 생각을 했지만 다행인지 멀쩡했습니다. LG 짱  

아무튼 PLAY를 변형한 PLAI가 당선되었고, 부랴부랴 PPT와 예산안을 마무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쓸 내용이 없을까 걱정하던 것과 달리 막상 PPT에 내용을 채워넣다보니 최종적으로 65장이 나왔습니다.

PPT 디자인은 심플이즈베스트라는 마인드로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맥북에서 기획안 업로드가 안 되는 이슈로 팀장이 바뀌는 사고가 있었지만.. 11시 50분 넘어서 겨우 버저 비터에 성공합니다.

 

 

 

1차 합격

 

3일 후, 1차 발표 날이 왔습니다. 다른 공모전을 보면 보통 서류 심사에 일주일은 잡는 편인데 3일만에 수많은 팀의 교육 기획안을 다 읽어보는 게 가능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다행히도 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보다는 이제 2차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류로 선발된 40팀 중에서 10팀은 떨어져야만 하고,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으니 그 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또 혼을 갈아야만 했습니다. 

 

기획안에서 각자가 집중해서 쓴 부분을 발표 때 맡기로 하였고, 시간 분배를 하기 위해 각자 파트의 대본을 미리 썼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기획안에 대한 예상 질문과 개인에게 들어오는 예상 질문을 따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써둔 블로그 글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TMI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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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다가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서울대 입구역 할리스(아이스초코가 엎어진 바로 그 곳)에서 다시 모여 면접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여성분이 들어와 타로 매트를 카페 테이블에 깔고 타로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타로 상담을 해주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코로나 시대라 그런지 온라인으로도 타로를 보는 구나~" 생각 했는데 타로를 마치고 그 상대에게 갑자기 다음주에 만나서 '이미지메이킹 수업' 받을 생각 없는 지 물어보는 걸 보고 꺼림찍함을 느꼈습니다. 타로를 하던 분 앞에는 다른 여성분이 앉아 계셨는데 텔레그램을 키고 메시지를 보내는 걸 슬쩍 봤습니다. 아.. 그거구나.. 신12334천4지구나..

제가 아무 종교나 잘 믿게 생긴 관상인지 역 근처만 지나가면 신34천5지(로 추정 되는) 선생님들께서 설문조사 요청을 자주 걸어옵니다.(서울대 입구역 롯데리아 앞에서 두 번 연속으로 걸린 전적 보유) 그래서 어쩌다보니 그 분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는데 그걸 또 바로 옆에서 직관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온라인 타로 서비스를 끝내고 나서는 옆자리로 옮기셨는데 이번에는 대면 상담 서비스인지 다음 희생자분이 직접 카페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타로를 하시던 분은 새로운 상담사(역할)분이 오시니 가시고 상담사분이 계속 상담을 이어 나가셨습니다. 정말 인터넷에서 본 레파토리랑 똑같은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카톡방에는 "희생자분을 저렇게 보내도 되는 거 맞냐"에 대한 토론이 오갔습니다. "포스트잇을 몰래 붙여줘서 알려주자", "번호 따는 척하면서 번호를 따고 조심하라고 카톡을 보내놓자" 등의 안건이 오갔지만 실제로 실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다들 신a132천421지 조심하세요.. 

  

 

 

 

저희는 그 이외에도 면접관분들에게 보여드릴 퍼포먼스(?)를 준비해 갔습니다.

"AI와 함께 소설 쓰기" 활동을 시연하기 위해 미리 KoGPT API를 이용한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인물 알아 맞히기 퀴즈도 하나 만들어갔고.. (단계 별로 사진을 준비해갔는데 1단계에 백종원 선생님인 걸 알아맞히심..)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면도 만들어갔고..

자율주행 활동을 할 때 쓸 표지판 거치대도 샘플로 보여드리고자 3D 모델링 후 3D 프린터로 뽑아도 갔고..

티처블 머신으로 표지판을 학습시키면 결과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도 만들어갔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미리 생각해뒀습니다.

 

대망의 면접 날, 저희는 각자 과잠(학벌우월주의에 대한 찬성의 의사표시는 아닙니다)을 입고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로 향했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서 외칠 구호나 입장 순서를 정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했습니다.

면접관으로는 남자 교수님 같은 분들이 네 분 앉아계셨습니다. 여자 면접관이 한 명은 계실 줄 예상했지만..

먼저 10분 간 발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발표를 미리 못 맞춰보고 와서 앞부분에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왜 귀중한 '1학년' 겨울 방학에 교육 봉사를 하려는 지 궁금하다. 보통 놀러도 다니고 싶고 그럴텐데.." 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빈치 교실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지원했는 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학년 신청 팀이 몇 팀 없기는 했습니다. 2~3학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학생 팀인데 잘 케어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면접 분위기가 이전 기수의 후기에 비해서는 딱딱하다고 느껴지긴 했습니다.(남자팀이라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름) 다른 팀원들은 면접이 끝나고 느낌이 안 좋았다고 얘기를 했지만 저는 마냥 다 끝나서 기뻤습니다. 왠지 붙을 것만 같고 붙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최종 합격

 

또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최종 합격 발표날이 왔습니다.

 

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정말..

 

봉사활동 신청하는데 이렇게 힘드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을 얻어낼 것이기에 그러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내용은 추후 언젠가에 작성할 다음 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